2025년 5월, 한국 정부는 브라질 남부 리우그란지두술 주(Rio Grande do Sul)의 양계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을 이유로 브라질산 닭고기와 관련 가금류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5월 15일 선적분부터 적용되며, 식용란, 종란, 병아리, 가금육 및 가공품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러한 결정은 국내 방역과 식품 안전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국내 치킨 시장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치킨값 오르는 거 아냐?'라는 우려입니다.
브라질산 닭고기의 중요성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닭고기 수출국이며, 한국으로 수입되는 닭고기 중 약 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산 닭고기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해 치킨 프랜차이즈, 냉동식품 제조업체, 급식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순살치킨, 치킨너겟, 반조리치킨 제품입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냉동 상태로 가공 및 보관되며, 원가 절감과 유통 편의성을 위해 브라질산 냉동 닭고기에 의존해왔습니다.
수입 금지의 직접적 여파
이번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은 원재료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재고로 버티겠지만, 2~3개월 후에는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일부 유통 업체는 태국, 미국, 터키 등 다른 국가산 닭고기 도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품질, 수입 절차에서 브라질산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국가로 수입선을 전환하는 데 드는 물류비, 인증 절차, 검역 기준 등이 만만치 않아,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가격 상승 요인이 많습니다.
국내산 닭고기의 역할과 한계
한국은 닭고기 자급률이 비교적 높은 나라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닭고기 자급률은 약 80% 이상으로, 전체적인 물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용도’입니다. 프랜차이즈용 닭고기, 특히 냉동 및 가공에 특화된 공급은 여전히 수입산 비중이 높아, 국내산으로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산 닭고기는 신선도는 뛰어나지만, 가공 수율과 유통 편의성 면에서는 냉동 수입산보다 비용이 더 듭니다. 이로 인해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프랜차이즈 본사나 가공식품 업체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되는 가격 상승 폭은?
아직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본격적인 가격 인상 발표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6월8월 사이 최소 510%의 가격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순살치킨 메뉴, 반조리 치킨, 편의점 냉동식품 등은 인상 폭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1만 9천 원이던 순살치킨이 2만 원 초반으로 오르거나, 마트에서 7,900원에 판매되던 냉동 치킨이 8,900원 이상으로 오르는 식입니다.
소비자의 선택 변화도 예상된다
치킨값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가 급감하지는 않겠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 브랜드 이동: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 브랜드로 소비자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 치킨’을 내세운 중소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자취·1인 가구의 변화: 냉동 치킨이나 에어프라이어용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경우, 라면, 냉동 피자 등 대체식품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할인 행사에 민감해짐: 치킨 프랜차이즈의 프로모션이나 쿠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더 민감해지고, 가격 비교 앱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대응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 국내산 닭고기 비율 확대: 국내 도계장에서 신선한 닭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일부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 소스, 튀김옷 등의 가공 방식 조정: 원재료의 특성에 따라 소스 농도, 튀김 온도, 조리시간 등을 미세하게 바꾸는 방식으로 맛과 품질 유지를 시도합니다.
- 신메뉴 출시 및 가격 구조 개편: 일부 업체는 기존 메뉴를 단종하고, 원가 구조에 맞춘 새로운 메뉴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의 대응과 정책적 움직임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국내 치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대응책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 종계(씨닭) 생산량 확대 지원
- 가금류 사료비 보조 확대
- 닭고기 수입국 다변화 계획 수립
- 업계 간담회 개최 및 공급망 안정 대책 마련
이처럼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중장기적인 안정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단기적 가격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결론: 치킨 한 마리의 무게
치킨 한 마리의 가격에는 단순한 원가 이상의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농가의 생산, 유통업체의 물류, 프랜차이즈의 운영, 그리고 수입국과의 무역 상황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지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는 단순한 외국산 제품 중단 그 이상으로,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수입 의존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때로는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산 닭고기를 구매하는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식문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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